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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생명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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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 통신원] 뇌의 병리적 오작동으로 인한 통증 기전 규명
등록일
2020-10-05
작성자
의생명공학과
조회수
105

진통효과를 발휘하는 생체 내 분자 스위치 가운데 하나가 밝혀졌다. 한국연구재단은 정지훈(경희대학교), 김상정(서울대학교) 교수 연구팀이 뇌 작동의 변화에 의해 병적 통증이 만성화되는 기전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신경손상으로 인한 신경병성 통증을 앓는 환자는 정상 감각조차도 극심한 통증으로 느낄 수 있다. 다양한 대처방법이 강구되나 소수에게서만 효과가 있고, 그조차 통증경감에 그쳐 통증의 처리기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한 실정이다.

뇌에는 통증을 스스로 조절하는 시스템이 존재하는데, 연구팀은 이 시스템이 오작동하면 병적인 통증을 만들고 만성화시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신경병성 통증 생쥐모델의 뇌에서 정상 생쥐모델과 달리 중뇌의 PAG 등 특정부위의 뇌활성이 감소한 것을 알아낸 것이다.
     * 중뇌에 위치해 있는 수도관 주위 회색질(Periaqueductal gray, PAG) 영역은 뇌간에 위치한 입쪽 배쪽안쪽 연수 (Rostral Ventromedial Medulla, RVM) 영역으로 신경 신호를 보내어 통증 감각을 조절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정상상태에서는 중뇌의 특정부위(PAG)에서 대사성 글루타 메이트 수용체5(mGluR5)가 지속적으로 활성화되어 신경세포 흥분성을 유지하는 것을 밝혔다. 뇌의 통증조절이 정상적으로 이뤄지려면 이 수용체가 지속적으로 활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 대사성 글루타메이트 수용체 5(metabotropic glutamate receptor 5, mGluR5) 는 신경계 전반에 걸쳐 발현하며, 흥분성 신호 전달 및 가소적 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물질이다.

실제 병적 통증상태의 생쥐모델에서 대사성 글루타메이트 수용체5의 활성이 PAG에서 감소해 있었으며, 이 수용체를 인위적으로 활성화시키면 강력한 진통효과를 발휘하였다.
반대로, 정상적인 생쥐모델의 PAG에서 이 수용체의 활성을 차단하면 마치 신경병성 통증상태의 생쥐모델에서와 같은 병적 통증 증상이 만성적으로 나타났다.

나아가 연구팀은 이 수용체의 지속적 활성변화에 생체 내 항상성 조절물질인 Homer1a가 관여하고 있음을 알아냈다. 병적 통증상태에 대한 이해를 도움으로써 신경병성 통증에 대한 새로운 치료기법 연구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한, 통증 외 다른 신경계 질환의 기전 이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개인기초연구지원사업, 학문후속세대양성사업, 뇌과학원천기술개발, 바이오의료기술개발, 집단연구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의 성과는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9월 24일 온라인 공개되었다.

주요내용 설명

<작성자 : 경희대학교 정지훈 학술연구교수>

논문명
Persistent activity of metabotropic glutamate receptor 5 in the periaqueductal gray constrains emergence of chronic neuropathic pain
저널명
Current Biology
키워드
Neuropathic Pain (신경병성 통증), Chronic pain (만성 통증), Periaqueductal Gray (수도관 주위 회색질), Metabotropic Glutamate Receptor 5 (대사성 글루타메이트 수용체 5), Homer1a
저  자
정지훈 교수(제1저자/경희대학교), 심현근, 김채영, 류현희, 장동철, 김승하, 이재건, 김창업, 김유경, 이용석, 김전, 김선광, 폴 월리(Paul F. Worley), 김상정 교수(교신저자/서울대학교)


1. 연구의 필요성
 ○ 병적 통증은 통증의 강도가 매우 강하고 기존의 치료법에 잘 반응하지 않으며 쉽게 만성화된다. 신경 손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신경병성 통증이 대표적이며, 중증 환자들은 해소되지 않은 극한의 고통으로 끝없이 괴로워한다.
 ○ 수많은 선행 연구들에서 신경의 손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변화를 다각도로 연구하여, 말초 및 척수 수준에서의 기전을 밝혀내었다. 그러나 이를 바탕으로 개발된 진통 기법들은 실제 임상에서는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였다. 통증이 만성화될수록 뇌의 역할이 커진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뇌 수준 기전 연구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2. 연구내용
 ○ 척수 신경 결찰(Spinal nerve ligation, SNL) 수술로 신경병성 통증을 유발한 실험 동물 (Rat) 을 모델로 사용하여 연구를 진행하였다.
 ○ PET을 사용한 뇌영상 기법으로 측정한 결과, 통증군은 정상 대비 PAG에서의 활성도가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 PET(Positron Emission Tomography,양성자 방출 단층촬영) : 방사성 동위원소 추적자를 주입 후 측정하여, 체내 물질을 3차원 공간상에 관측하는 기법
 ○ PAG 신경세포들을 전기생리학적으로 측정하여, mGluR5 와 관련된 새로운 성질을 밝혀내었다. PAG에 존재하는 mGluR5는 항상 활성 상태에 있으며, 이를 통해 신경세포의 흥분성을 조절한다는 것이다.
    ※ PAG(Periaqueductal gray, 수도관 주위 회색질) : 뇌의 중뇌 (midbrain) 부위에 위치 하고 있는 영역으로, 통증 신호를 조절하는 내재 진통 시스템의 핵심이다.
    ※ mGluR(Metabotropic glutamate receptor 5,대사성 글루타메이트 수용체 5) : 글루타 메이트는 신경계의 흥분성 신호전달을 매개하는 대표적인 신경전달물질이며, mGluR5는 그 수용체 중 하나이다. mGluR5는 신경 신호 전달 뿐만 아니라 신경계의 가소적 변화에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 말초 신경 손상으로 인해 신호가 과도하게 발생하면 항상성 조절 물질인 Homer1a에 의해 mGluR5의 지속적 활성이 억제된다. 이는 PAG의 기능을 감소시켜, 결국 병적 통증을 만들어내고 계속 유지시키게 된다.
    ※ Homer1a : 신경 세포 내 신호 전달에 관여하는 물질로, 평소에는 발현하지 않다가 세포 활성이 높아짐에 따라 발현되어 항상성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 PAG에 있는 mGluR5를 약물을 통해 활성화시키면 진통 효과를 발휘할 수 있으며, PAG에서 Homer1a 가 발현되지 못하도록 유전자 조작을 가하면 통증이 만성화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3. 연구성과/기대효과
 ○ PAG의 mGluR5 활성화는 진통 효과를 발휘하며, 평상시에는 항상 활성화 되어 있다. 병적 통증 상태는 이 물질의 활성도 감소 때문으로, 항상성 조절 물질인 Homer1a에 의해 유도된다.
 ○ 이를 부적응 항상성(maladaptive homeostasis)이라 설명할 수 있다. 이 현상은 신경병성 통증을 비롯한 병적 통증의 만성화 기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며, 새로운 치료 기법을 수립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조현병, 우울증, 중독 및 다양한 신경퇴행질환에도 이 기전이 관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림1) 뇌의 통증조절 영역 PAG 의 활성에 따른 통증 양상 변화
PAG는 뇌의 통증 조절센터이며, 뇌간의 RVM 영역으로 신호를 보내 통증 신호를 억제하거나 강화한다. 연구는 PAG의 mGluR5가 항상 활성화되어 있어(On 상태) 정상 감각이 유지된다는 사실을 밝혔다. 신경 손상 시에는 항상성 조절 물질인 Homer1a에 의해 mGluR5의 활성이 감소하며(Off 상태), 이로 인해 감각 신호가 비정상적인 통증으로 바뀌고 통증이 만성화된다. 출처 : 경희대학교 정지훈 학술연구교수



(그림2) 말초신경 손상 후 나타나는 신경병성 통증의 만성화
정상상태에서, PAG의 신경세포들 중 약 70%는 mGluR5가 지속적으로 활성 상태에 있어 RVM(rostral ventromedial medulla) 을 통해 정상감각을 유지시킨다. 말초신경 손상에 의해 과도한 신호가 발생하면 항상성 조절 물질인 Homer1a 가 발현되어 mGluR5의 활성을 막으며, 이는 PAG 신경세포 흥분성을 낮추는 결과를 낳는다. PAG에서 RVM 으로 가는 신호가 감소함에 따라 병적 통증이 생겨나고 신경병성 통증이 만성화된다.
 ※ RVM(입쪽 배쪽안쪽 연수) : RVM의 뇌간에 위치한 영역으로, 척수로부터 전달되는 통증 신호를 억제하거나 강화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뇌의 다양한 영역에서 발생하는 통증 조절 신호는 PAG로 모여 통합되며, PAG는 뇌간의 RVM 영역으로 신호를 보내어 통증을 조절한다.
출처 : 경희대학교 정지훈 학술연구교수

 

연구 이야기

 <작성자 : 경희대학교 정지훈 학술연구교수>

□ 연구를 시작한 계기나 배경은?

본래 신체의 감각이 정서 및 고등 인지 기능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있었다. 이러한 관심을 기반으로, 감각과 뇌의 상호 작용을 연구하여 환자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분야인 병리적 통증 현상 연구를 시작하였다.

□ 연구 전개 과정에 대한 소개

아직 해결되지 않은 뇌 수준에서의 통증기전을 연구시작 단계에서부터 고민하여, 뇌의 통증 조절 영역인 PAG를 초기부터 타겟으로 잡았다. 통증조절이 강력하게 이루어지면, 말초 수준에서의 통증 신호가 들어오더라도 이를 잘 억제할 수 있게 될 것이라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동물 모델에서의 행동실험과 더불어 PET을 사용한 뇌영상 기법을 적용하여 뇌를 분석하였는데, 다행히 가설대로 통증 조절 영역에서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었고, 이에 후속 실험들을 계속 진행하였다.

□ 연구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장애요소는 무엇인지? 어떻게 극복(해결)하였는지?

연구가 아무리 잘 되어도 연구자의 의욕이 항상 잘 유지되지는 않는다. 게다가 연구를 끝없이 확장할 수는 없기에, 어느 시점에서는 내용을 갈무리하여 논문의 형태로 갖추고 발표해야 한다. 논문 게재를 위한 마무리 작업 중에는, 과학적으로는 큰 의미가 없는 실험들도 연구의 얼개를 갖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수행해야 한다. 어떤 실험은 연구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어떤 실험은 그저 연구를 외부에서 평가하는 다른 연구자의 변덕 섞인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수행한다. 이런 작업에는 특히 의욕이 솟지 않는다.
신경병성 통증 연구를 처음 시작할 무렵에 환자 커뮤니티(인터넷 카페)를 검색하여 가입하였다. 수많은 환자들이 이 병에 고통받고 있으며, 투병일기를 기록하기도 한다. 통증에 대한 연구가 발표되면 환자들은 뉴스를 서로 공유하며 앞으로 좋은 치료제가 개발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는다. 연구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문제 해결을 위해 연구자가 되는 사람은 많지 않고, 연구자 중에서 특정 질환을 연구하는 사람을 따로 나누어 보면 더 적다. 연구 자원도 한정되어 있다. 환자들의 상황을 인식하게 될 때면, 한정된 자원을 사용하여 연구를 진행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원했다. 이러한 다짐을 돌이켜 보는 것이 연구를 의미있는 방향으로 유지시키는 데에 도움을 주었다.
난치성 질환에 대한 혁신적인 해결책은 잘 개발되지 않는다. 본 연구가 일거에 질환을 해결하지는 못하지만, 이러한 성과들이 축적되어 언젠가는 환자의 증상을 완전히 해결하는 치료법이 개발 되기를 소망한다.

□ 이번 성과, 무엇이 다른가?

(1) 신경병성 통증을 연구한 많은 기존 연구들은 말초 및 척수 수준에서의 기전을 연구하였다. 신경 손상으로 인한 변화가 말초 및 척수에서 통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되는 것은 명백하지만, 통증이 만성화됨에 따라 점차 뇌 수준에서의 변화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본 연구는, 말초 및 척수에서의 신경 손상 없이도 뇌 수준에서의 변화만으로도 만성 신경병성 통증과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보였다. 즉, 비정상적인 통증을 만들어내고 유지시키는 새로운 기전을 뇌 수준에서 밝혀낸 것이다.

(2) mGluR5 는 신경계의 가소적 변화에 중요한 물질이다. 기존 신경과학 연구에서 mGluR5는 평상시에는 작동을 하지 않다가 리간드(ligand) 결합에 의해 활성화 되는 것으로 생각되어 왔다. 본 연구에서는 처음으로 생체 내의 mGluR5가 항상 활성화되어 있는 현상을 보여주었다. 이에 따라, 통증 조절 영역은 항상 감각 신호를 조절하는 기능을 발휘하게 된다. 본 연구에서 이 영역에 약물을 투여하여 mGluR5 활성을 막았더니, 말초신경 손상이나 통증 자극이 없이도 병적인 통증이 생겨나며 만성화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사실은 감각 인지에 대한 관점을 바꿔 놓는다. 예전에는, 어떤 감각을 느끼게 되는지 결정하는 것은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감각 자극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본 연구의 결과를 해석해 보면, 우리가 감각 자극을 정상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은 통증 조절 영역이 항상 “켜져” 있기 때문이다. 만약 통증 조절 영역의 기능이 꺼진다면, 우리는 본래 아프지 않은 자극조차도 아프게 받아들이게 된다.

□ 실용화된다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나? 실용화를 위한 과제는?

본 연구의 성과가 실용화된다면, 해결되지 않는 만성 통증으로 고통 받는 많은 환자에게 새로운 치료 기법을 제안할 수 있다. 그러나 뇌 심부에서 발생하는 변화인 만큼, 이 지식을 즉각적으로 환자에게 적용하기에는 부담이 있다. 실용화를 위해서는 뇌 깊은 곳에 접근하는 안전한 기술이 담보되어야 하며, 해당 영역의 상태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여러 방법을 전임상 수준에서 먼저 시험해야 한다. 즉, 약물을 통해 해당 뇌 영역의 mGluR 수용체를 자극하는 방법과, Homer1a 발현을 조절할 수 있는 안전한 방법을 더 확보하여야 할 것이다.

□ 꼭 이루고 싶은 목표나 후속 연구계획은?

본 연구는 통증 조절 영역에서 발생하는 부적응적인 변화를 관찰하였다. 여기에서 밝혀낸 가소적 변화 기전은, 통증 조절 영역 뿐 아니라 통증 인식 영역에서도 나타날 것이라 짐작된다. 이후 뇌에서 통증을 처리하는 다른 영역에서의 변화 역시 연구하고자 한다. 실제 병적 통증 상태는, 뇌의 통증 조절 영역과 통증 인식 영역이 부적응에 의해 비정상적으로 변화되고, 그 상호 작용이 어긋난 채로 정착되어 항상성 기전에 의해 유지되는 상황이라 생각된다. 이를 한꺼번에 원래대로 되돌린다면 환자에게서 발생한 통증을 없애는 데에 더욱 유리할 것이다. 추가적으로, 신체의 감각 인식이 변화함에 따라 나타나는 고위 인지 기능 및 정서적 변화에 대해서도 후속 연구에서 다루고자 한다.

□ 기타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1) PAG를 타겟으로 연구한 것은 연구시작 단계에서 결정하였으나, 어떤 물질을 연구할지에 대해서는 여러 후보가 있었다. 가장 처음 목표로 삼은 것은 특정 TRP 채널이었는데, PAG에 발현된 이 채널을 활성화시키면 진통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였으나 실험결과는 뜻대로 나와 주지 않았다. 그러나 실험을 수행한 직후 결과를 분석하다 보니, 약물용량을 실수로 원래 계획보다 훨씬 적게 주입하였음을 알게 되었다. 이 실수 때문에 실험결과가 잘 나와 주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고, 날을 바꾸어 제대로 된 용량으로 다시 실험을 수행하였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진통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 물질에 큰 기대를 걸었기에 실망이 컸고, 큰 기대 없이 선택한 다음 후보 물질이 mGluR 이었다. TRP 채널에서 실망했었기에 두 번째 물질인 mGluR 에 대해서는 아무 기대 없이 실험을 수행하였는데, 뜻밖에도 mGluR 활성화에 의해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진통 효과를 볼 수 있었다. 이후 이 mGluR을 대상으로 연구를 계속 수행하게 되었다. 연구는 이제 잘 마무리되었으나, 최초의 TRP 채널 조작이 진통 효과를 내지 못했던 것이 혹시 만성 통증 상태에서의 어떠한 변화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아직 미련처럼 남아 있다.

(2) mGluR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하던 중, 한 실험이 마무리되는 어떤 시점에 도달하였다. 이 시점까지의 실험 결과를 해석하면서, 뇌의 작동 기전에 대하여 약간은 대담한 가설을 세웠다. 이 가설은 직관이 만들어낸 아이디어에 기반한 것이고 아직 근거는 전혀 없는 것이었기에, 실제로 맞아떨어지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아직 시도된 바가 없는 실험을 통해 확인을 할 필요가 있었다. 결과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큰 기대를 갖지 않으려 노력하였다. 실제 결과를 확인한 것은 어느 겨울 주말 밤이었고 이 날은 우연히도 내 생일이었다. 결과가 궁금해서 혼자 아무도 없는 실험실에서 몇 시간 동안 동물을 다루며 실험을 수행하였다. 결과는 정확히 내가 생각한 것처럼 나왔다. 이를 확인하고 기뻐할까 말까 약간 고민을 하다가 일단 기뻐하지 않기로 결정하였다. 혹시라도 생각하지 못한 어떤 오류 때문일 수도 있다고 경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기뻐하지 않고 그냥 집으로 돌아가서 싱숭생숭한 마음오로 잤다. 마음 놓고 기뻐한 것은 그 이후 실험을 되풀이해서 안정적인 결과를 확인한 후의 일이다. 가끔 연구의 진행 과정에서는 이와 같은 직관을 통한 도약을 동원하였는데, 다행스럽게도 연구 결과가 예상과 잘 맞아떨어지거나 기대 이상의 결과가 나타나 주곤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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