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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생명공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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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 통신원] "뇌"가 없어도 잠을 잘 수 있다?
등록일
2020-10-12
작성자
의생명공학과
조회수
88

뇌 없는 히드라가 사람과 유사한 수면 행동을 보이는 것이 세계 최초로 발견됐다. 수면 행동은 뇌를 비롯한 중추신경계를 갖는 동물의 전유물로 여겨졌었다는 점에서 놀라운 발견이다.

 UNIST 생명과학과의 임정훈 교수팀은 뇌가 없는 원시 동물인 히드라가 고등 동물인 사람과 유사한 수면 행동을 하는 것을 밝혀냈다. 또 히드라는 수면을 통해 체세포 성장을 촉진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수면 행동이 뇌의 휴식을 위한 고등 동물의 생체활동으로 여겨져 왔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끄는 연구다.

 연구진은 히드라가 사람처럼 밤낮을 구분해 잠을 자며, 물리적 자극이나 주변 온도를 높여 수면을 방해하면 역시 사람처럼 수면을 보충하는 행동을 발견했다. 연구진은 히드라의 움직임을 24시간 연속 촬영했을 때 불이 꺼지면 히드라의 움직임이 둔해진 것에서 착안해 이 ‘둔한 움직임’이 사람의 수면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얻은 것이다.

하지만 히드라의 수면을 촉진하는 물질은 사람과 달랐다.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dopamine)이 사람에게서는 수면을 억제하는 반면 히드라의 수면은 촉진했다. 이는 도파민의 역할이 생물 진화 과정에서 정반대로 바뀌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사람의 수면을 촉진하는 멜라토닌(melatonin)이나 가바(GABA; gamma-aminobutyric acid)의 경우에는 히드라에게서도 같은 수면 촉진 효과를 보였다.

임정훈 교수는 “‘대표적 신경전달 물질인 도파민은 인간과 초파리에게서는 수면을 억제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으나, 히드라에게서는 오히려 수면을 촉진하는 작용을 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히드라의 수면 현상을 중추신경계를 갖는 초파리, 인간 등과 비교했다. 히드라는 원시적 형태를 갖는 말미잘과 같은 자포동물이다. 이번 연구는 원시 생명체로부터 자포동물(히드라)과 절지동물(초파리), 척추동물(사람) 등으로 중추신경계가 점차 발달함에 따라 수면의 조절원리가 어떻게 진화했는지에 관한 단서를 제공한다.

임정훈 교수는 “이번 연구는 진화에 따라 새롭게 등장한 동물들이 언제부터 잠을 자기 시작했는지, 중추신경계 진화에 따라 수면의 조절원리가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 등을 추적해 수면의 기원(the origin of sleep)을 찾는 연구에 중요한 발판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그 의의를 밝혔다.
 
연구진은 ‘무뇌 동물’인 히드라가 잠을 자야 하는 이유도 찾아냈다. 잠은 히드라의 체세포 성장을 촉진하는데 기여하기 때문이다. 히드라의 수면을 방해하면 체세포 증식이 억제된다. 뇌가 있는 고등 동물은 수면 활동을 통해 뇌의 노폐물을 제거하고 기억력에 중요한 신경세포들의 연결고리를 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연구진은 히드라의 수면을 조절하는 유전자 찾아내고 이를 다른 생물들과 비교했다. 초파리, 쥐 등에서 수면을 촉진하는 인산화 효소로 알려진 PRKG1 유전자는 히드라의 수면도 촉진했다. 하지만 아미노산의 한 종류인 오르니틴 대사 효소 OAT(ornithine aminotransferase)는 진화된 생물인 초파리와 비교해 정반대의 수면 조절 기능을 보였다. 수면에서 오르니틴 대사와 오르니틴 대사 효소 OAT(ornithine aminotransferase) 역할은 이번에 새롭게 규명됐다.

일본 규슈대학교 타이치 이토(Taichi Itoh) 교수팀과 공동 수행된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10월 7일자(현지시각)로 공개됐다. 연구 수행은 서경배과학재단, 한국연구재단의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 X-프로젝트, 글로벌박사양성사업의 지원으로 이루어졌다.

(논문명: A sleep-like state in Hydra unravels conserved sleep mechanisms during the evolutionary development of the central nervous system)

 

연 구 결 과 개 요

1. 연구배경
24시간을 주기로 지구가 자전함에 따라 일주기적인 환경 변화가 나타나며, 이로 인해 박테리아에서 사람에 이르기까지 지구상 대부분의 생명체는 일주기성 생체시계1)를 갖게 되었다. 하지만, 일주기성 생체리듬이 조절하는 중요한 생리현상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는 수면(sleep)의 기원과 그 진화과정에 관한 이해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본 연구는 뇌(중추신경계)를 가지고 있지 않은 원시적 형태의 자포동물2) 히드라가 인간과 유사한 수면 행동을 보인다는 것을 처음으로 규명하였다. 또한, 히드라의 수면 행동을 조절하는 생리학적 원리와 수면조절 유전자 및 신경전달 물질3) 등의 기능을 중추신경계가 있는 다른 동물들과 비교 분석하였다.

2. 연구내용
본 연구팀은 적외선 카메라를 이용하여 히드라의 움직임을 24시간 연속 촬영함으로써 히드라가 불이 꺼진 밤 시간 동안 둔한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을 관찰하였다. 다양한 동물 종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수면 행동의 특징들을 하나씩 검증해나감으로써 이러한 히드라의 행동이 사람의 수면 행동과 일치한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움직임을 나타내지 않는 히드라에게 빛이나 음식과 같은 외부 자극을 주었을 때에는 즉각적으로 반응하나, 같은 자극을 20분 이상 활동성을 없는 히드라에게 주었을 때에는 둔한 반응성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는 각성 역치가 증가된 것으로, 연구팀은 20분 이상 연속적으로 활동성이 없는 상태를 히드라의 ‘수면’ 상태로 정의하고 하루 중 수면 양과 질을 정량적으로 분석하였다.

사람을 포함한 동물은 수면이 부족해질 경우 다음 날 수면 욕구가 증가하여 수면의 양과 질이 늘어난다. 이처럼 매일 일정한 수준의 수면을 취하려고 하는 성질을 ‘수면 항상성’이라고 한다. 연구팀은 히드라에게 물리적인 자극을 주거나 배양 온도를 높여줌으로써 히드라의 수면이 저해되는 것을 발견하였고, 다음 날 상대적인 수면 양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히드라에게도 ‘수면 항상성’이 작용하는 것이다.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melatonin)’4) 호르몬이나 신경전달물질 ‘가바(GABA; gamma-aminobutyric acid)를 히드라에게 투여할 경우 사람과 마찬가지로 히드라의 수면이 증가하는 것을 관찰하였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각성을 유도하며 수면을 억제하는 ’도파민(dopamine)’을 히드라에게 투여할 경우 다른 동물들과는 다르게 수면이 오히려 증가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히드라의 수면도 사람과 유사한 방식으로 멜라토닌과 가바에 의해 조절될 수 있으며, 도파민은 중추신경계의 진화 과정에서 정반대의 수면조절 기능을 획득하였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히드라의 수면을 조절하는 유전자를 탐색하기 위해 연구팀은 물리적인 자극을 가하여 수면을 억제한 히드라에서 변화하는 212개의 유전자들을 발굴하고 이들의 수면조절 기능을 탐색하였다. 이 가운데 예쁜꼬마선충, 초파리, 쥐 등 다른 동물 종에서 수면을 촉진하는 인산화 효소로 알려져 있는 PRKG1을 확인하였으며, 형질전환 초파리 수면 모델을 이용한 유전자 기능 탐색을 이용해 수면을 조절하는 새로운 물질대사 경로로 아미노산 오르니틴 대사와 오르니틴 대사효소 OAT(ornithine aminotransferase)를 규명하였다.

마지막으로 연구팀은 뇌를 가지고 있지 않은 히드라가 왜 수면 행동을 나타내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물리적인 자극과, 도파민 합성 효소 억제제, 인산화 효소 PRKG1 억제제 등의 투여를 통해 히드라의 수면을 저해한 후 체세포의 증식을 검사하였다. 히드라의 수면을 억제하는 방법에 상관없이 모두 히드라의 체세포 증식이 감소되는 것을 확인함으로써, 히드라는 세포 증식을 촉진하기 위해 잠을 잔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3. 기대효과
중추신경계를 가지고 있지 않은 히드라의 수면 행동을 인간을 포함한 고등 동물의 수면 행동과 비교 연구함으로써, 원시생명체로부터 발전해 온 수면조절의 원리에 관한 원천지식을 습득하고 세포 수준에서 작용하는 새로운 수면조절 유전자를 규명하였다. 이를 통해 종의 진화에 함께 발달해 온 수면의 생리학적 기능과 수면조절 기전의 보전 및 변형을 추적하고 “수면의 기원”에 관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 또한, 새롭게 발견된 수면조절 유전자의 분자생물학적 기능 결핍에 따른 수면장애의 원인 규명과 치료제 개발에 기여할 수 있다.

 

히드라의 수면행동 분석법 개발과 수면 항상성 검증

그림 1. 히드라의 수면행동 분석법 개발과 수면 항상성 검증
(A) 실험에 사용된 히드라 불가리스(Hydra vulgaris) 종의 사진. white bar = 1 mm.
(B) 적외선 카메라 촬영을 이용한 히드라 활동성 측정 및 수면행동 분석 기법 모식도.
(C and D) 12시간 광주기(12시간 낮 : 12시간 밤) 조건에서 밤 (C) 혹은 낮 (D) 6시간 동안 기온을 10도에서 20도로 올렸을 때 나타나는 히드라의 수면억제 현상. 특히 밤 시간 동안 수면이 억제될 경우, 다음 날 기온을 다시 10도로 낮추었을 때 수면 항상성 작용에 의해 수면 시간이 증가하는 현상이 관찰됨.

히드라의 수면결핍에 따른 유전자 발현 분석과 형질전환 초파리의 수면모델을 이용한 새로운 수면조절 유전자 탐색

그림 2. 히드라의 수면결핍에 따른 유전자 발현 분석과 형질전환 초파리의 수면모델을 이용한 새로운 수면조절 유전자 탐색
(A) 물리적 자극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수면이 억제된 히드라에서 유전 정보의 발현양이 증가(빨간색)하거나 감소(초록색)하는 212가지 유전자를 발굴함.
(B) 수면 상태에 따라 그 유전 정보의 발현이 변하는 히드라 유전자의 상동 유전자 분석. 초파리, 쥐, 사람의 수면과 관련 있는 41가지 상동 유전자를 발굴함.
(C) 초파리의 신경세포에서 히드라 수면과 관련된 각 상동유전자의 유전 정보 발현을 억제 하였을 때 나타나는 하루 수면 시간의 변화 검사. 아미노산 가운데 하나인 오르니틴 대사효소 OAT(ornithine aminotransferase)를 포함하여, 수면을 억제하는 11개의 새로운 수면조절 유전자를 발굴하고 그 기능을 검증함.

히드라의 수면 억제에 따른 세포증식 감소 규명

그림 3. 히드라의 수면 억제에 따른 세포증식 감소 규명 
물리적 자극(MSD, mechanical sleep deprivation)이나 도파민 합성 저해(3IY, a tyrosine hydroxylase inhibitor), 또는 수면촉진 인산화 효소 저해(KT5823, a PRKG1 inhibitor) 등을 통해 히드라의 수면을 인위적으로 억제할 경우, 히드라 세포 내 DNA 복제에 따른 BrdU(bromodeoxyuridine) 신호가 공통적으로 감소되는 것을 확인함. 이는 정상적인 수면이 히드라 세포의 성장과 분열을 촉진한다는 점을 시사함.

중추신경계(central nervous system)의 발달에 따른 수면조절 기전의 진화 발생적 기원 모델

그림 4. 중추신경계(central nervous system)의 발달에 따른 수면조절 기전의 진화 발생적 기원 모델
자포동물 히드라는 일주기성 생체리듬을 가지고 있지 않아 그 수면 행동이 주로 항상성 수면조절 기전에 의해 제어되며, 중추신경계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원시적 형태의 수면조절 기전, 특히 각 세포 수준의 수면조절과 대사 작용을 통한 수면조절 기전이 발달되어 있는 것으로 추측됨. 절지동물 초파리부터는 일주기성 생체리듬과 중추신경계가 확립됨에 따라 생체시계와 수면조절 신경세포 회로 등 신경계 중심의 수면조절 기전이 특화되어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예상됨. 포유류의 경우, 수면을 여러 상태(stage)로 분화할 수 있으며 시스템 수준에서 여러 가지 생리 현상과 중추신경계의 상호작용을 통해 계층적인 수면조절 기전이 확립되었을 것으로 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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